📍준 사람은 처벌, 받은 사람은 무죄?

시사 뉴스레터 '업클'

2024. 9. 25.

오늘, 무슨 일이

준 사람은 처벌, 받은 사람은 무죄?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 등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맞다." 수사심의위원회가 8시간의 논의를 거친 끝에 8대 7로 이런 결정을 내렸어요. 가방을 받은 김 여사에 대해서 불기소를 권고했던 이달초 열렸던 수심위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거예요.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리하고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 했던 검찰이 당황했어요.

쟁점은? : 직무 관련성이에요.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가방이 오간 것과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와는 관련이 없다며 '김 여사 혐의없음'이라는 수사결과를 냈었어요. 이달초 열린 수심위에서도 명품가방은 청탁이 아닌 선물이나 감사의 표시라고 했고, 대통령 직무와도 무관하다고 했었어요. 이번 수심위에서는 달리 봤어요. 재작년 6월 최 목사가 명품 화장품 등을 건넨 직후 김창준 미국 전 하원의원을 '국정자문위원'으로 임명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윤 대통령의 광범위한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한 거죠.

검찰의 '고심' : 공은 검찰로 넘어왔어요. 두 수심위의 결론을 그대로 따르기에는 모순이 있어요. 가방을 준 사람은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하고 받은 김 여사는 무혐의로 한다는 것은 정의에 부합하지도 않고 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아요. 여론도 좋지 않을 거고요. 그렇다고 둘 다 불기소하면 김 여사 봐주기라는 비난이 나올 거예요.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기는 것도 만만치 않아요. 청탁금지법에는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어요. 하지만 청탁과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 김 여사에게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도 적용할 수 있어요. 윤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알고 신고했는 지 여부도 다시 따져봐야 하고요. 검찰은 수심위의 권고를 그대로 따르지 않아도 되지만 큰 부담을 안게 된 거죠. 조만간 결론을 내야 할 검찰이 깊은 고심에 빠졌어요.

음주운전 사망, 생중계 유튜버

지난 22일 새벽 광주에서 '음주운전 추적' 유튜버를 피해 달아나다 30대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어요. 스스로 '광주보안관'이라고 부르는 A 유튜버는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를 추적하고 검거하는 장면을 생중계하거나 영상으로 올리고 있어요. 사고가 난 날, 사거리에 서 있는 한 차량에 다가갔어요. 운전자에게 "술을 마셨나?"라고 묻고 "경찰에 신고했다"고도 말했어요. 운전자는 갑자기 속도를 내며 달아났어요. A 유튜버와 추종자들이 모는 차량 3대가 뒤를 쫓았어요. 2km 남짓 달아나던 운전자는 길옆에 서 있던 대형 트레일러를 들이받았어요. 차량은 완전히 불탔고,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어요. 추적하는 과정들은 모두 생중계됐어요. 숨진 운전자의 가족들은 "아무리 음주운전이 중죄라고 해도 경찰이 아닌 유튜버가 이렇게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아도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어요. 이 유튜버는 지난 1월에도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과 실랑이가 붙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어요.

유튜버는 처벌될까? : 경찰 대신 민간인이 하는 사적제재는 위법이에요. 유튜버 A씨의 행위는 사적제재가 될 소지가 있어요. 하지만 고발 형태의 미디어로서의 기능이라면 무조건 직접 제재라고 할 수 없지 않냐는 반론이 있어요. 만약 운전자가 음주 운전을 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장면을 찍고 "신고하겠다"라고 말한 부분 등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어요. 음주를 했든 안 했든 운전자의 얼굴이나 신분이 특정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될 수 있고요. 그리고 추적하는 과정에서 달아나는 운전자를 위협하는 행동, 즉 위협 운전이 있었다면 역시 처벌받을 수 있어요. 경찰은 아직 유튜버를 처벌할 단서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여요. 논란이 일자 "사망 과정에서 무리한 추적이 있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어요. 전문가들은 유튜버가 사회 정의를 지키려는 선의라고 해도 사적제재 자체가 공권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어요. 물론 "이렇게 위험천만한 방송을 방치한 플랫폼 유튜브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와요.

죽음의 캡슐, 사르코

캡슐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5분 내로 사망하는 조력자살 기기 사르코(Sarco)가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사용됐어요. 숲속 오두막집에서 60대 미국 여성이 사르코 속에 들어가 숨졌어요. 스위스는 조력자살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사르코 사용은 불법이에요. 안전 관련 법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질소 사용 화학물질 관련 법률에도 어긋난다는 거죠. 스위스 당국은 사르코 판매 운영 관련자 여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어요.

사르코 : 네덜란드 자살 지원 단체가 3D 프린터로 만든 '죽음의 캡슐'이에요. 사람 한명이 누울 정도의 크기예요. 사르코에 들어가 버튼을 누르면 순간적으로 질소가 뿜어져 나오면서 산소량이 떨어지고, 이용자는 저산소증으로 사망하게 돼요. 버튼을 누르기 전 '당신은 누구인가', '어디에 있는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에만 답하면 돼요. 본인이 이를 인식하고 있으면 된다는 거죠. 신체장애가 있으면 눈 깜빡임이나 음성 명령으로도 작동할 수 있어요. 지난 7월 스위스에서 첫 공개됐어요. 캡슐 이용 비용이 18 스위스 프랑, 우리 돈 약 2만 8천 원 정도라고 알려지면서 싼값에 죽음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력자살과 안락사 : 치료 가능성이 없을 때 조력자살은 환자가 의사의 처방을 받아 스스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고, 안락사는 의료인이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죠. 상대적으로 조력자살이 더 엄격할 수밖에 없고요.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미 많은 국가가 안락사를 허용했고, 조력자살에 대해서도 법제화 시도가 많아졌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조력자살과 안락사 모두 불법이에요. 다만 2018년부터 환자의 마지막 순간에 인공호흡기 착용과 심폐소생술 등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은 허용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