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낄낄거리며 내 '사진'을 본다.

지난 5월 '서울대 N번방 사건'이란 게 터졌었죠? 아는 동료 여학생들의 얼굴을 나체와 합성해 만든 사진, 이른바 딥페이크들이 SNS상에서 돌아다녔어요. 비슷한 사건이 최근 인하대에서도 일어났어요. 텔레그램 단체방에 1200명 이상이 모여 20여명의 여성 합성 사진을 보며 능멸하는 글들을 주고받았어요. 이 두 대학만 그런 것이 아니었어요. 각 지역과 학교별로 세분된 텔레그램 대화방이 만들어져 있었고, 대화방마다 수천명이 참여했어요. 알만한 모든 대학의 이름 70여개가 등장해요. 이들은 이른바 '겹지방'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같이 아는 '겹지인'에 대한 불법 합성물을 제작 공유했어요. 여성 사진을 올리면 유무료 '봇'이 즉각 다양한 형태의 나체 사진으로 바꿔주는 방도 존재해요. 

이런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가 중고등학교에서도 급속하게 퍼지고 있어요. 최근 부산에서는 중학생 4명이 여학생뿐만 아니라 10여명의 여교사까지 불법 합성물을 만들어 SNS에 올렸어요. 전남과 충청 경찰도 비슷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어요. 서울경찰청도 올들어서 10대 청소년 1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어요. SNS상에는 '피해 학교 명단'으로 떠돌고 있는 곳만 200곳이 족히 넘어요. 해당 학교들은 "인스타나 스토리에 올라가 있는 개인 사진을 가능하면 내리길 권장한다"는 긴급 공지를 띄웠어요.

운영자만 20여명이 넘고 참가자 수는 900명을 넘었어요. 공지글에서 운영자는 여성 군인을 '군수품'으로 비하했어요. 참가자들에게 여군의 이름과 계급, 휴대전화 번호, 인스타그램 아이디, 군복 입은 사진 등을 요구했어요. 심지어 실제 여군과 주고받은 능욕글까지 요구했어요. 운영자는 참가자로부터 사진을 전달받으면 이를 합성해 다시 단체방에 유포했어요. '능욕짤'도 돌아다녀요. 알려진 피해자만 육해공군의 여군 30명이 넘었어요. 여성 군인뿐만 아니라 여성 교사방, 여성 간호사방 등 특정 직업군별로 구분된 텔레그램 채널도 발견됐어요.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든 범죄 피의자 중 75%가 10대였어요. 20대 피의자는 20%, 1020세대가 95%나 됐어요. 이들은 디지털 기술에 능하고, 범죄라는 인식 없이 가벼운 놀이처럼 여겨요. 절대 다수는 남학생이 여학생을 상대로 한 것이지만, 여학생이 여학생을 대상으로 벌이는 경우도 있어요. 일종의 괴롭힘인 거죠. 정부는 처벌을 더 엄하게 한다고 했어요. 무엇보다도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인식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해요. 성평등 교육을 다시 되돌아봐야 하고, 피해자 보호 대책도 시급해요. 이른바 N번방을 처음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의 박지현씨는 "국가적 재난 상황임을 선포하라"고 했어요. 

최근 10대까지 퍼진 딥페이크는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퍼져 나갔어요. 그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로 입국하다 체포됐어요. 텔레그램이 마약 밀매와 사이버 폭력, 테러 조장, 아동 성범죄 등의 온상이 됐는데, CEO인 그가 이를 방치하고 있음을 문제삼았어요.  

 두로프는 : 1984년생, 러시아에서 태어났어요. 2007년 형과 함께 소셜미디어인 프콘탁테를 만들었어요. 페이스북을 만든 저커버그를 빗대 '러시아의 저커버그'로도 불리죠. 프콘탁테는 2011년 푸틴을 규탄하는 시위 정보가 확산되는 창구 역할을 했어요. 보안당국이 사용자 정보를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고 독일로 이주했어요. 이때 '보안 기능이 뛰어난 SNS'라는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2013년 텔레그램을 창업했어요. 처음엔 주로 암호화폐 커뮤니티로 사용되다가 비밀 대화가 가능하고 보안이 뛰어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요. 이용자는 9억명을 넘어요. '익명성 강화'라는 특성이 범죄에 악용됐어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에서 허위 정보의 확산 창구가 됐어요. 테러나 마약 조직의 연락이나 유통, 아동 성매매 등 각종 성범죄가 텔레그램 속에서 자행됐어요. 각국 정부의 범죄자료 제공을 완강하게 거부한 덕에 글로벌 범죄자들이 안심하고 머무는 놀이터가 됐어요. 

 논란 : 체포된 두로프는 "숨길 것이 없다"라며 떳떳했어요. 평소에도 "프라이버시 보호는 테러 위협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했었어요. 텔레그램은 성명을 통해 "플랫폼 소유주가 플랫폼 남용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라는 성명을 발표했어요. 하지만 프랑스 경찰은 "범죄행위를 방치한 플랫폼을 만든 기술 책임자"라고 했어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최근 소셜미디어 등에서 유통되는 유해 콘텐츠에 대해 빅테크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예요.

전공의의 현장 이탈이 8개월째예요. 특히 응급실 운영에 비상이 걸렸어요. 지역의 응급실 위기가 수도권까지 번지면서 '응급실 뺑뺑이'가 벌어지고 있죠. 아무리 급한 환자라도 당직의가 없다고 거절 당하기가 일쑤예요. 그나마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는 것이 간호사예요. 그런데 간호사가 주축이고 의료기사 등이 모인 보건의료노조도 29일 파업을 예고했어요. 90% 이상이 파업에 찬성했어요. 이른바 '빅5'는 빠졌지만, 고려대 한양대 병원 등 상급종합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의료원까지 모두 60여곳 2만명이 참여했어요. 이들은 전공의 이탈 이후 업무 강도는 몇배로 뛰었고, 돌아온 것은 무급 휴가 등의 불이익이라고 했어요. 더는 감당못하겠다는 거죠. 임금을 올려주고, 대우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어요. 안 그래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공공의료기관들이 지금 들어주기 어려운 것들이죠. 간호사들은 진료 보조(PA)간호사 등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간호법 제정이 여야 의견 차로 흐지부지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어요. 

 파업하면? : 우선 수술 적체 현상이 심각해져요. 노조는 파업에 들어가도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생명과 직결된 곳은 필수 인력을 동원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입원실을 담당하는 간호사가 없으면 수술하기도 불가능해요. 보통 병원에서는 입원실이 잡혀야 수술 일정도 잡아요. 전공의 하는 일의 태반을 간호사들이 맡고 있는데, 간호사까지 빠지면 의사가 직접 해야해요. 진료 차질도 불가피해지는 거죠. '빅5' 병원은 참여 안 한다고 했지만, 다른 곳의 환자가 빅5로 몰리면 역시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어요. '의료 살얼음판'이 깨지려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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