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나는 아니겠지?

22일 저녁 7시반쯤, 경기도 부천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났어요. 말이 호텔이지, 9층짜리 모텔이에요. 소방이 바로 출동해 진화에 나섰어요. 불은 두시간 남짓 만에 꺼졌어요. 불의 규모에 비해 인명피해가 너무나 컸어요.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어요. 5명은 객실과 복도, 계단 앞에서 질식사했어요. 2명은 소방이 깔아놓은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렸다가 사망했어요.

신고를 받고 5분 만에 현장에 출동한 소방은 호텔 밑에 가로 7.5m 세로 4.5m, 높이 3m짜리 에어매트를 설치했어요. 807호(실제론 7층)에 있던 여성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어요. 그런데 모서리 쪽으로 떨어지면서 튕겨 나갔어요. 에어매트도 딱지처럼 뒤집어졌어요. 그 순간 남성 투숙객이 뛰어내렸는데, 에어매트가 아닌 시멘트 바닥 위였어요. 둘 다 숨졌어요. 소방당국은 에어매트는 제대로 설치됐고, 뒤집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에어매트 위로 사람이 떨어질 땐 네 귀퉁이에서 매트를 잡고 있어야 해요. 소방은 불 끄느라 에어매트를 지킬 인력이 없었어요. 

2017년부터 2층 이상 건물은 반드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되어 있어요. 불난 호텔 건물은 2003년도에 지어졌어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어요. 불이 나면서 짙은 연기와 유독가스가 호텔 방과 좁은 복도를 순식간에 가득 채웠어요. 5명이나 질식사한 이유예요.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면 불과 연기의 확산을 조금이나마 지체할 수 있었고,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어요. 오래된 건물이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소급하여 적용할 수가 없었다고 해도 뭔가 다른 조처를 취하도록 했어야 했어요. 

 

최초 불이 난 지점은 810호예요. 전기 누전으로 추측돼요. 불이 나기 전 한 투숙객은 이 방에 들어갔다가 "방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며 호텔 직원에게 알렸어요. 직원은 방만 바꿔주고 현장에는 가보지도 않았어요. 호텔 방에 완강기도 있었지만 설치된 사실도, 사용하는 법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불이 났을 때도 대피를 안내하는 직원도 없었어요. 설마 우리 호텔은 아니겠지?, 나는 아니겠지? 이런 안전불감증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어요. 여기에 에어매트와 스프링클러의 빈틈까지 보태진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예요. 

결국 이원석 검찰총장이 24일 수사심의위원회라는 카드를 내밀었어요. 전날 '김건희 여사가 받은 디올백은 청탁이 아니라 만남의 조건 또는 선물이었다'며 '무혐의'라고 한 수사팀의 결론에 제동을 건 셈이에요. 이 총장은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어요. 청탁금지법 외에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등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어요. 알선수재는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해서, 변호사법 위반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과 관련해 알선해 준다며 돈을 받는 경우 적용돼요. 공무원 배우자에 대해 처벌 근거가 없는 청탁금지법보다는 좀 더 넓게 법해석이 가능해져요. 수사팀은 "(그런 법도) 직무 관련성이 없어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결국 직무 관련성이 핵심이에요. 대통령실은 "지켜보겠다"고 짤막한 입장을 내놨어요.  

 수심위는 : 300명 정도의 학계와 법조계 등 전문가 그룹 중에서 무작위로 15명을 골라 심의하게 돼요. 수사 검사가 주요 내용을 프리젠테이션하고 위원들은 심의하고 결정해요. 보통 1개월 이상 걸리지만 신속하게 할 수도 있어요. 수심위 결정은 '권고적 성격'이기 때문에 수사팀이 따르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부담스럽죠. 지난 1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검찰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무혐의 의견을 냈었어요. 이때도 이 총장은 직권으로 수심위을 소집했어요. 수심위는 기소를 권고했고, 결국 김 전 청장은 재판에 넘겨졌었어요. '이 총장이 용산의 뜻을 거슬려 눈 밖에 났다'라는 말이 돌았었어요.

25일 일요일 동트기 직전, 이스라엘과 맞닿은 레바논 국경 근처에 폭발음이 울리고 섬광이 번쩍였어요. 이스라엘군이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먼저 공격했어요. 이스라엘은 "100여대의 전투기를 띄워 로켓 발사대 1천여기를 타격했다"고 발표했어요. 헤즈볼라의 공습에 선제 대응한 것이라고 했어요. 곧장 헤즈볼라의 반격이 있었어요. 320발의 다연장 로켓과 자폭 드론 등으로 이스라엘 군사기지 10여곳을 타격했다고 주장했어요. 헤즈볼라는 "지난달 말 고위급 지휘관 슈크르가 암살된 것에 대한 보복 작전 1단계를 완료했다"고 밝혔어요. 헤즈볼라 측에서는 3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이스라엘 희생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어요. 두 나라에서는 공습경보가 수시로 울렸어요. 이스라엘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한때 공항 이착륙이 전면금지됐어요.

 이란 반격할까? : 사실상 이란을 대리하고 있는 헤즈볼라가 직접 공격에 나섰다는 것은 '저항의 축'이 움직였다는 신호예요. 이젠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을 공격할까 하는 거예요. 지난달 하마스 지도자가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뒤 이란은 보복하겠다고 했었어요. 하지만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꺼리고 있어요. 서방의 제재로 경제가 파탄난 상태에서 전쟁은 이란 국민들의 극렬한 반발을 야기할 수 있어요. 미국이 이스라엘을 돕는다면 승산도 희박해요. 결국 헤즈볼라를 통한 이스라엘 공격이 이란의 정해진 시나리오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하지만 분석은 분석일 뿐이죠. 지금 중동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돌고 있어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이 "이제 금리를 내릴 때가 됐다"고 확실하게 선언했어요. 연례 심포지엄 잭슨홀 미팅 연설을 통해 "앞으로 최우선 순위는 금리가 아니라 고용시장의 보호"라고 했어요. 2년 전 같은 자리에서 파월은 "가계와 기업이 고통을 받겠지만 계속 금리를 올리겠다"고 말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었어요. 이후 연준은 기준금리를 7차례나 급격하게 올렸었죠. 이제 물가는 2%대로 잡혔으니 침체된 노동시장을 살릴 때라며 물가와의 전쟁이 끝났음을 알린 거예요. 오는 9월 연준의 금리인하는 명확해졌어요. 다만 인하 폭은 9월 초 고용시장 보고서에 달려있어요. 시장은 반겼어요. 미국 주가와 금값, 비트코인 값도 급등했어요. 당장 월요일부터 전 세계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거예요.

 대선과 파월 :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 가운데 하나가 '파월의 선택'이었다고 해요. 트럼프는 대선 전까지 금리를 내려서는 안 된다며 여러 차례 경고했었어요. 일반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고금리로 인한 경제 부담이 덜면서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죠. 여당인 민주당 지지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코로나 이후 물가 전쟁에서 민주당 정부가 승리했다는 정치적 홍보효과도 기대할 수 있죠.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날 파월이 금리 인하를 선언했다는데 의미를 두기도 해요. 파월은 "선거와는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어요.  

'연금' 기사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피드백이 있습니다.

"저는 30대 직장인입니다. 국민연금은 완전히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장년 세대의 노후를 2030대가 떠 안기에는 그 부담이 너무나 큽니다. 세대별로 연금 보험료율을 달리 할 것이 아니라, 세대별로 연금 재정을 따로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공무원 연금은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구조인데 마치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이 내는 비용은 동일한데 공무원 연금은 훨씬 많이 낸다는 식으로 적혀있네요."

오늘 업클,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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