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현실이 된 광복절입니다. 

제79주년 정부 광복절 경축식에 광복회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어요. 국회의장도 민주당을 비롯한 6개 야당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요. 광복회는 따로 기념식을 열었어요. 일제로부터 독립된 날을 기뻐하고, 이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행사가 이렇게 나뉘어서 열린 것은 해방 후 처음이에요 

윤석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새 통일 담론인 '8.15 통일 독트린'을 밝혔어요. 통일을 위한 과제로 우리 안의 자유를 굳건히 해서 통일 추진 세력을 만들고, 북한 주민을 변화시키고, 국제 사회와 연대하겠다고 했어요. "우리의 광복은 자유를 향한 투쟁의 결실"이라면서, "한반도 전체에 자유민주 통일 국가를 만들어지는 그날이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되는 날"이라고 했어요. 자유의 개념을 통일로 확장한 것이죠.

이번 축사에서 일본 과거사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어요. 역대 대통령의 축사에 의레 들어갔던 우리 민족의 고난과 일본을 향한 비판 등은 한 줄도 없었어요. 다만 일본이라는 단어를 두차례 언급했는데, 국민소득이 일본을 넘어섰다, 일본과 수출격차가 줄었다는 등 경제 분야였어요. 대통령실은 일본과 이제 대등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어요.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일본은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나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했고, 지난해에는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본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었어요.  

쪼개진 경축 

광복회와 독립운동단체는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따로 기념식을 열었어요. 정부 경축식이 열린 세종문화회관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이에요. 이 자리에는 야권 인사 100여명도 참석했어요. 이종찬 광복회장은 "왜곡되고 저열한 역사관이 버젓이 활개 친다"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비판했어요.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덮을 수는 없다"고 했어요. 강원도 경축식에서는 김진태 지사가 "1919년을 건국 시점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하자 광복회원들의 자리를 박차고 나갔어요. 부산 경축식에서는 광복회 간부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음모가 의심된다고 말하면서 보훈단체 회원들과 몸싸움까지 벌어졌어요. 독립기념관에서는 김 관장이 불참한 가운데 천안시가 대신 경축식을 개최했어요.  

태평양전쟁 패전일이에요.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는 각료와 의원들의 참배가 이어졌어요. 특히 올해는 우리의 국방장관 격인 현직 방위상이 3년 만에 참배했어요. 기시다 일본 총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공물을 보냈어요. 자신은 전몰자 묘원을 찾아 추도식에 참석했어요. 주변국 반발을 의식한 것이지만, 정작 기시다의 입에서는 '반성' '사죄'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반면 나루히토 일왕은 깊은 반성 속에서 추모한다고 말했어요. 일본 언론들은 과거사 언급이 없는 윤 대통령의 경축사가 이례적이었다고 평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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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을 둘러싼 역사 논쟁이 벌어지고, 경축식 행사도 쪼개진 어수선한 광복절이에요. 이런 가운데 공영방송 KBS가 15일 첫 방송으로 19세기 개항기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해 시끌시끌해요. KBS1은 15일 0시 'KBS 중계석'을 통해 지난 6월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랐던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의 녹화분을 틀었어요. 푸치니 서거 100년을 기념했던 공연이었어요. 나비부인은 같은 이름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작곡가 푸치니가 만든 오페라예요.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게이샤 초초상이 주인공이에요. 미 해군 장교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버림받아 목숨을 끊는 비극을 그렸어요. 여성들이 기모노를 입고, 결혼식 장면에서는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연주돼요. 일왕의 치세가 영원하기를 기원하는 내용이 담겼어요. KBS 게시판에는 "광복절에 기미가요, 제 정신이냐?", "기모노 방송 미친 것 같다"는 비난이 쇄도했어요. KBS는 "지난 6월 예정됐던 방송이 올림픽으로 연기됐다"며 "시의성이 적절한지 검토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이다"라며 사과했어요. 다음날 0시에 편성이 잡혔던 오페라 나비부인 2부도 취소했어요.  

 

 태극기도 : 이날 오전 KBS1은 제79주년 경축식 생중계 직전 날씨 예보를 하면서 화면 왼쪽에 태극기를 든 캐릭터의 모습이 등장해요. 그런데 태극기의 건곤감리 4괘의 위치가 뒤바뀌어 있었어요. '얼' 빠진 KBS예요. 

7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9%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어요. 미국이 2%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2021년 3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에요. 연속 4개월 내림세이기도 하고요. 하루 앞서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도 2년 전보다 2.2% 오른 것으로 나와 시장 예상보다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생산자물가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 선행지수라고도 하죠. 코로나 팬데믹 이전 2% 수준이었던 미국 물가는 2022년 9%까지 치솟았었어요. 연이틀 생산자와 소비자 물가가 모두 2%대로 안정된 것으로 발표되면서, 미국이 고물가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어요. 

 "이젠 금리인하" : 물가가 안정되면서 올 9월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릴 것이 거의 확실해졌어요. 보통 금리를 만지작거릴 땐 물가와 고용 지표를 살피죠. 최근 발표된 미국의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어요.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죠. 그러면서도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데 걱정했던 것은 물가 상승을 다시 부채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거죠. 그런데 물가마저 안정되자 금리를 내리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거예요. 현재 미국 금리는 5%대 중반에서 고공행진하고 있어요. 미 중앙은행은 다음 달 적어도 0.25%p , 또는 '빅 컷'이라고 하는 0.5%p의 인하 폭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어요. 미 노동부는 다음 달 초 8월 고용보고서를 발표해요. 실업률이 높고 고용시장이 급속하게 냉각되는 조짐을 보인다면 ‘빅 컷'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어요. 

오늘 업클,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다시 만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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