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 믿고, 속고 또 믿고...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어요. 사도광산은 에도시대인 1600년대 일본의 최대 금광이었어요. 서구의 금 채굴 기술과는 다른 일본 전통적인 수공업 방식으로 금을 캐던 곳이라고 일본은 자랑해 왔었죠. 하지만 태평양전쟁이 일어나면서 전략물자인 구리 아연 납 등을 집중 캐기 시작했어요. 일손이 부족해지자 조선인 천여명이 강제동원됐어요. 바위 뚫기 등 특히 위험한 작업에 주로 투입됐어요. 배고픔과 힘든 노동에 못 견딘 조선인들이 탈출했다가 갇히는 일이 속출했어요. 사망 기록도 있고요. 세계유산에 오르려면 회원국 21개 나라가 모두 찬성해야 하는데, 역시 회원국인 우리나라도 동의했기 때문이에요.

일본은 10여년 전부터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에 올리려고 했어요. 그때마다 우린 반대했어요. 금광 유산뿐만 아니라 조선인 강제동원까지 전체 역사를 모두 반영돼야 한다는 거였죠.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관계가 좋아지면서 합일점을 찾았어요. 일본 정부는 한국에 조선인 노동자들의 가혹한 환경을 기리는 전시물을 설치하고, 일본 정부 관계자도 참가하는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열겠다고 약속했어요. 실제로 28일 '징용이 이뤄져 한국인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에 동원됐고, 여기에 조선총독부가 관여했다'는 내용을 담은 전시공간도 세웠어요.

 

'강제동원'이란 말을 끝내 명확하게 하지 않았어요. 일본은 2015년에도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올리면서 조선인에 대한 강제 노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어요. 하지만 유산에 등재되자마자 외무상이 나서 말을 바꿨어요. '일을 강요당했다'는 표현은 강제노역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어요. 합법적인 노동임을 강변했어요. 우리 정부가 이번엔 전시공간 설치 등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 낸 것은 평가할 만 하다고 해요. 하지만 '강제'라는 단어를 빼도록 방관하면서 꼼수와 꼼수로 일관해 온 일본의 역사 왜곡에 저자세로 동조했다는 지적은 아프게 다가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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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도 무지 덥대요. 길었던 장마는 끝나가지만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전국에서 계속돼요. 대기가 매우 불안정하면서 이번 주말까지 소나기가 내리는 곳도 많아요. 기온은 35도까지 오르내릴 거예요. 태풍 개미가 주초 소멸되면서 무더위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요. 우리나라 대기 상층에 고온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자리 잡고, 그 밑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이 깔려있어요. 지표면 열기가 두 고기압을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고온의 공기로 꽉 차 있는 거죠. 게다가 비까지 계속 내리면 매우 축축해요. 현재 우리나라 평균 습도는 80% 안팎이에요. 습도가 55% 이상 되면 10%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체감기온이 1도씩 올라가요. 기온이 35도라고 해도 습도가 80%이상이면 체감온도는 37도 이상이 돼요. 한마디로 습식 사우나, 한증막 안에 들어가 있는 셈이죠.

 펄펄 끓는 지구촌 : 인도와 모로코 등에서는 기온이 50도 이상 오르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잇어요. 유럽도 40도를 오르내리면서 곳곳이 산불로 난리예요. 유럽연합 기후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는 지난 22일 전 세계 지표면의 평균 온도가 17.15도를 기록했다고 했어요. 1940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예요. 기후과학자들은 올해 더위가 빙하기가 시작된 이래 10만년 만의 가장 심한 수준이라고 했어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극단적인 폭염이 일주일이나 한달에 그칠 현상이 아니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모두에게 위험해지고 있다"고 경고했어요. 

• 불볕더위에서 건강을 지키려면? (주간조선)

미국 대통령 선거가 딱 100일 앞으로 다가왔어요. 지난달 말 바이든은 TV토론에서 노쇠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 결국 사퇴했어요. 그 사이에 트럼프는 총알이 귀를 스치는 습격을 받고도 주먹을 번쩍 들어 올리며 강인함을 만천하에 알렸죠. 공화당 트럼프 독주로 예상됐던 선거전에 민주당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가 구원 등판하면서 미 대선 판도는 다시 요동치고 있어요. 민주당 지지자들이 다시 집결했어요. 해리스 앞으로 모아진 선거후원금이 1억2천만달러를 훌쩍 넘었어요. 공화당 후보를 확정하는 대의원 수도 사실상 확보했어요. 해리스는 검사 경력을 앞세워 트럼프의 성추문 입막음을 집중 공격해요. 낙태 이슈를 강조하면서 여성 유권자들의 환심도 사고 있죠. 트럼프가 바이든을 공격하던 '고령 리스크'도 부메랑이 되어 오히려 트럼프를 겨냥하고 있어요. 트럼프도 '극좌 미치광이'라며 해리스 공격 수위를 높였어요.

 유리천장 : 미국에서 흑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고도 50년이나 지난 1870년이 되어서야 여성 참정권이 인정됐어요. 그로부터 100년 만인 2020년 미국에서 첫 여성 부통령이 탄생했어요. 바로 해리스예요. 게다가 흑인 아시아계예요.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에 도전했던 이후 2번째 여성 유력 후보이기도 하죠. 만약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백인과 남성이 주류인 미국 사회에서 유리천장을 깨는 셈이에요. 미국 사회가 2008년 오바마라는 첫 흑인 대통령을 받아들였지만, 흑인여성까지 받아줄 정도로 성별 인종 장벽이 사라졌는지는 아직 물음표예요.

 박빙 : 예상외로 빨리 해리스가 트럼프에 바짝 다가섰어요. 지난 주말 월스트리트저널이 알린 여론조사 결과는 해리스 47%, 트럼프 49%로 불과 2%포인트 차였어요. 무소속 후보가 포함된 삼자대결에서는 오히려 앞서기도 했어요. 뉴욕타임스 로이터 등의 여론조사 결과도 거의 비슷해요. 흑인 히스패닉 청년층들이 민주당 지지층으로 결집했어요. 바이든 대 트럼프, 두 늙은 후보간의 역사상 가장 재미없는 선거라고 혹평받던 분위기에서, 미국 대선이 인종 성별 세대 이념 대결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눈길을 끌고 있어요.

업클 독자여러분. 무더위 속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그나마 2024 파리올림픽 시청하는 맛이 한줄기 위안이 되는 나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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