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죄가 없다?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다 숨진 해병대원 '채상병 사망 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1년 만에 나왔어요. 사망의 직접 원인은 제11포병 대대장에게 있다고 했어요. 여기에 현장지휘관과 이들을 통솔하는 현장 최고책임자인 7여단장까지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어요. 논란의 중심,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어요.

좀 더 자세히 

사고 당시 임 사단장이 내린 지침은 "수변으로 내려가서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는 거"였어요. 경찰은 "군사교범에 나온 것처럼 꼼꼼하고 면밀하게 수색하라는 뜻이었다"고 했어요. "임 사단장이 가슴장화를 신으라고 한 것도 수중 수색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어요. 이런 지침을 잘못 판단한 1포병 대대장이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며 수중 수색을 지시했다는 거예요. 당시 수색의 주체는 육군에 있었던 만큼 해병 사단장 지시는 '월권'은 될지언정 직권남용은 성립할 수 없다고도 했어요.  

검찰에 넘겨진 현장 지휘관들은 일제히 반발했어요. 임 전사단장이 현장에 나와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렸고, 또 수색이 지연된다며 질책하고 재촉했다고 했어요. '짬밥'이 적지 않은 여단장이나 대대장들이 잘못 알아들었겠느냐는 항변이에요. 여단장은 현장이 위험하다며 철수하자고 사단장에게 건의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어요. 그런데 임 사단장을 옆에서 밀착 수행했던 여단장에게는 책임을 묻고, 정작 사단장을 뺀 것은 일관성이 없는 수사 결과라는 것이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나"라고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이 사건은 불거졌어요.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로 넘겼던 자료를 다시 회수하고, 다시 조사해 혐의자도 줄였었어요. 당시 대통령과 대통령실, 국방부가 수시로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어요. 최대 의혹은 "왜 이토록 임 사단장을 구하려 했나"하는 것이었어요. 여러가지 의혹과 '설'이 난무했어요. 채 상병 사망 수사는 두 갈래로 진행됐어요. 경찰이 사망 경위와 원인에 집중했다면 공수처는 'VIP 격노설'로 대표되는 외압설을 수사 중이에요. 핵심 피의자는 모두 임 전 사단장인데, 경찰이 먼저 '면죄부'를 준 것이에요. 

대통령실은 "실체가 밝혀졌다"고 반겼어요. 국민의힘은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에 이용하지 말라"고 했어요. 반면 민주당은 "경찰의 '꼬리 자르기' 수사로 특검의 당위성만 더 선명해졌다"고 했어요.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다시 거부권을 행사했어요. 국회에서의 특검법 재의결 여부가 정치판의 최대 쟁점이 됐어요. 19일이면 채상병이 순직한 지 1년이 돼요. 진상규명이라는 본질이 정치 싸움에 또 흐지부지될까 우려됩니다.  

시사 뉴스레터 <업클>을 알려주세요. 저희 홈페이지 주소 <upcle.me>를 친구 동료와의 SNS에 복붙해 주시면 끝! 이에요. 더 좋은 업클을 만드는데 큰 힘이 됩니다.

정부가 5개월째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처분에 한발 물러섰어요. 복귀하든 사직하든 아무런 행정 처벌을 하지않겠다고 했어요. 한달 전엔 복귀한 전공의만 처벌을 면해주는 것으로 한정했었는데, 이번엔 모든 전공의로 확대했어요. 또 사직한 전공의도 9월부터 병원 수련이 가능하게 길을 터줬어요. 현행대로라면 수련을 중도 포기한 전공의는 1년 안에 같은 전공 같은 연차로 지원할 수 없는데, 이 규정을 예외적으로 풀어줬어요. 정부의 이런 결정에 '의사 불패', '의사 면죄부'라는 비판도 나왔어요. 윤석열 정부는 2022년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 때에는 강경대응으로 일관했었죠. 또 이탈 후 복귀한 전공의와의 형평도 논란이 될 수 있고요. 이에 대해 정부는 ''환자들이 절박한 상황에서, 공익에 부합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어요. 현실적으로 이달 말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결원을 파악해야 하는 등 상황을 더 방치할 수 없다는 배경도 깔려있어요.

  

 "의미 없다" : 전공의들은 여전히 냉담했어요.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은 그대로라는 거죠. 정부가 2026년도 의대 정원은 다시 협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일단 돌아가면 협상 동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정부의 이번 조치로 지방의대 전공의들이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 모집에 응시할 것으로 보여요. 다만 그 인원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이 관심이에요. 1만3천명 전공의 가운데 10%도 채 복귀하지 않았어요. 만약 앞으로 전공의 복귀율이 30%가 넘으면 '단일대오'가 깨질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복귀율이 여전히 10~20%에 머물면 전공의 공백은 1년 이상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에요.

우리나라 1위 기업 삼성전자가 1969년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반도체 부문이 중심인 최대 노조 조합원들이에요. 노사는 올해 임금을 5.1% 인상하기로 했는데, 노조는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며 협상을 다시 하자고 요구했어요.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8일, 화성사업장엔 4000명의 조합원이 검정색 우비를 입고 모였어요. "사측은 지난 10년 넘게 위기 상황을 강조하며 직원들의 복지를 축소했다"고 주장했어요.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6500명, 전체 12만5천명 가운데 대략 5% 정도예요. 노조는 파업 목표가 '생산 차질'이라고 했어요. "우리도 힘이 있다"는 메시지를 경영층에 보여주겠다는 거죠. 이번 파업은 사흘 동안이지만, 회사측 반응이 없으면 이후 무기한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어요. 

 회복세에 '찬물'? : 삼성전자는 "생산에 차질이 없다"고 했어요. 대체인력이 준비됐고,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됐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반도체 부문은 2년 가까이 '한파'를 겪다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봄'을 맞았어요.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10조 이익이라는 깜짝 실적도 냈어요. 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면 모처럼 맞은 기회를 놓칠까하는 우려는 커져요. 과거 '압도적 1위'로 금전적 보상과 1위기업 직원이라는 자부심을 통해 성장가도를 달려왔지만, 최근 국내외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예전만큼 큰 파이를 나눌 수 없는 구조가 되면서 노조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거예요. 

8일 오전 10시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사이렌이 길게 울려퍼졌어요. 바로 하늘을 가르는 미사일 소리가 들리더니 여기저기 폭격이 이뤄졌어요. 그중 미사일 한발이 국립어린이병원을 정통으로 맞혔어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어린 환자와 겁에 질린 보호자들로 아수라장이 됐어요. 유리창이 깨지자 엄마는 아이 위로 몸을 던져 감쌌어요. 어린 환자들은 몸에 링거 바늘을 꽂은 채 검은 연기와 잔해가 뒹구는 길 위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어요. 이 병원에서만 2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어요. 대형 산부인과 병원도 공습을 당해 최소 7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러시아군은 키이우를 비롯해 7개 도시에 40여발의 미사일을 쐈어요. 40명 이상이 숨지고, 190명 넘게 다쳤어요.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하루 전날, 보란 듯이 공습이 자행됐어요.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패키지'를 핵심의제로 다룰 예정이에요. 

 "끔찍" : 유엔 사무총장은 "소아병원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충격적"이라고 했어요. 유엔안보리 긴급회의도 소집됐어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잔혹성을 끔찍하게 상기시킨다"고 했어요. 러시아는 이번 공습이 방위산업체나 항공기지를 겨냥한 것이며, 요격에 실패한 우크라이나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민간인 지역에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매년 이맘때쯤이면 노동계와 경영계가 만나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공방을 벌여요. 현재는 시간당 9860원이에요. 노동계는 처음에는 1만2600원을 제시했다가, 1400원 내린 1만1200원을 요구했어요.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다가 10원 올린 9870원을 내놨고요. 1만1200원 vs 9870원, 1330원 차이예요. 노동계는 최근 몇년간 물가 상승률보다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았다며, 노동자의 생활안정 차원에서 현실적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도 무산된 만큼 최저임금액이라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부담은 최저임금액이라고 했어요. 다음 주 중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돼요.

프랑스 총선에서 좌파연합이 예상을 뒤엎고 '깜짝 1당'에 올랐어요. 지난달 말 치러진 1차투표에서 33%의 득표율로 압승했던 극우정당 국민연합은 3위로 주저앉았어요. 아무도 예상 못 한 결과였어요.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은 2위를 해서 체면을 겨우 지켰어요. 결선 투표를 앞두고 좌파연합과 범여권이 후보를 단일화한 게 먹혀들었어요. 하지만 좌파연합 182석, 범여권 168석, 국민연합 143석으로 어느 당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국 운영이 더욱 복잡해졌어요. 당장 총리 인선도 문제예요. 1당인 좌파연합에서 총리가 나오면 마크롱 대통령과 사사건건 정책에서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죠. 좌파연합은 부유세 도입, 연금개혁 포기 등을 내세우고 있어요. 

업클이 보름 정도 휴가에 들어갑니다. 좀 더 좋은 레터를 만들기 위한 에너지 보충 차원이에요. 7월 말에 다시 돌아옵니다. 독자님들도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업클이 뉴스를 요약하는 레터를 시작한 지가 어느덧 3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독자가 1천명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만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뉴스를 잘 읽지 않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그날의 일을 요약해 주자고 했었는데, 독자가 늘면서 업클에 요구하는 내용이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어떤 형태로 만들어야 더 많은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점이 됐습니다. 이번 기회에 업클 레터의 변화도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오늘 업클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레터 어땠나요? 👍👎

수신거부 |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