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그가 호주로 간 까닭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4일 호주 대사로 내정됐어요. 그런데 이틀 뒤 형사피의자로 출국금지된 사실이 드러났어요.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에서 석달 전부터 수사를 받고 있었던 거죠. 이 전 장관은 부랴부랴 공수처에 자진출석하고 4시간 조사를 받았어요. 그러고는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풀어달라고 했어요. 법무부는 "공직 맡고 나가는 것"이라면서 출금을 바로 해제했어요. 이 전 장관은 그날 밤 출국하려 했어요. 하지만 의혹이 또 다른 의혹을 낳으면서 잠시 머무는듯 하더니 결국 10일 밤 호주로 갔어요. 

일단 이 전 장관을 대사로 내정한 윤석열 대통령이 그가 형사피의자인 사실과 출국금지된 사실을 몰랐나 하는 점이에요. 피의자의 출금은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법무부가 결정해요. 전직 국방부 장관 같은 거물인 경우는 반드시 대통령실에 보고하는 것이 관례였어요. 대통령실은 "출금된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어요. 이 정부 들어 주요 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은 법무부에서 해요. 이 전 장관을 출금시킨 법무부가 인사검증도 한 것이죠. 이런데도 제대로 보고 가 안됐다면 인사시스템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거예요.   

어찌된 일이더라 

지난해 7월 폭우로 실종된 사람을 수색하던 해병대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리면서 사망했어요. 당시  이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을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결론을 냈어요. 7월말 이런 내용을 당시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직접 보고하고 '수고했다"는 칭찬도 들었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갑자기 국방부에서 사단장 등은 수사대상에서 빼고 다시 조사하라는 지시가 박 대령에게 내려왔어요. 박 대령은 문서에 의한 정식 지시가 아니었다며 경찰에 사건을 넘겼어요. 항명죄로 직위해제된 박 대령은 지금 재판을 받고 있어요. 

왜 장관이 직접 보고 받고 결정 내린 사항들을 하루 만에 바꿨을까요? 박 대령은 당시 해병사령관으로부터 "VIP가 격노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어요. "(VIP가)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누가 사단장을 할 것인가"라는 말을 했다는 보도도 있어요. 대통령실도 이 전 장관도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했어요. 하지만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휴대폰 통화기록을 통해 재조사 지시를 내리기 바로 직전 대통령실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나 재조사 요구를 했다면 그것은 수사외압이 돼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거죠.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상대로 결정을 번복한 경위와, 그 과정에 '윗선 외압'은 없었는지 수사한다고 했었어요. 논란이 커지자 이 전 장관은 1월 국방부 장관을 사임했어요. 그리고 이번에 호주 대사로 내정됐어요.

결국은 

당장 야당은 "수사 외압을 은폐하고 주요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 출국시킨 것"이라고 비판했어요.  "니가 가라, 시드니"라며 심하게 꼬집는 말도 나왔어요. 물론 수사를 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어요. 그냥 변죽만 울리다가 별것 아닌 일로 끝나는 사건도 많아요. 하지만 법은 법이죠. 형사사건의 피의자를 굳이 대사로 발탁했는지가 의문이에요. 이 전 장관은 대통령의 신임장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출국했어요. 매우 이례적인 일이요. 왜 이렇게 서두르느냐 하는 의심이 더해졌어요. 또 대사로 보내면서 이런 난리를 겪는 것은 주요 우방인 호주에 외교 결례를 범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어요.

4.10 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어요.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원내 1당'을 향한 진검 승부를 펼칠 전망이에요. 이번 총선은 집권 3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와 180석이라는 기록적인 승리로 21대 국회를 사실상 장악한 민주당 양쪽에 대한 평가 성격이 있죠. 국민의힘은 번번이 정부의 발목을 잡은 여소야대 지형을 바꿔야 진정한 정권교체가 완성된다고 봐요. 시대정신으로 운동권 청산도 내세워요. 반면 민주당은 '무도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앞세워요. 비교적 여당의 약한 고리라고 보는 김건희 여사 이슈를 띄우며 본격 선거 운동 몸풀기에 들어갔어요. 제3 지대 신당이 거대 양당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 부동층을 얼마나 흡수할지도 관심이에요. 

 앞으로 일정은? : 오는 21일에서 22일 후보자 등록이 있어요. 그리고 28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돼요. 사전투표는 다음달 5일부터 이틀 동안이에요. 선거일인 1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할 수 있어요. 10일은 공휴일이에요. 

 판세는? :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5~6%P 차의 오차범위 밖의 우세를 보이고 있어요. 국민의힘이 고무되어 있죠. 하지만 지금 지지율은 254개 지역구를 합쳐 평균 낸 수치예요. 대통령 선거라면 실제 우세라고도 볼 수 있지만, 지역구 각각의 승패까지 예상할 수는 없어요. 불과 한달 전만 해도 민주당의 압승이라고 했었어요. 앞으로 한달은 긴 기간이에요. 지지율이 요동칠 거예요. 한치 앞을 알 수 없어요. 

SK하이닉스에서 20년간 근무하던 A씨, 지난해 7월 갑자기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런데 미국 경쟁회사인 마이크론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어요. A씨는 AI 반도체 핵심부품인 HBM의 개발 초기부터 최신 설계까지 참여했었어요. A씨는 퇴직하기 전 2년간 경쟁사에 취직하지 않겠다 등의 서약도 했었어요. 하이닉스 측은 A씨를 상대로 전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는데, 법원이 받아들였어요. 약정기간 동안 회사를 옮길 수 없으며, 위반 시 하루 천만원씩 물어내라고 결정했어요. 전직에 비교적 관대하던 우리 법원이 이례적으로 무거운 판결을 내리며 제동 걸었어요.

 기술 유출됐나 : 하이닉스보다 한참 처진 기술로 알려진 마이크론이 지난해 10월 하이닉스보다 앞선 HBM 5세대 양산에 들어갔다고 깜짝 발표했어요. 다른 국내 반도체 인재들도 마이크론으로 상당수 옮겨간 것으로 봐요. 지난해 반도체 기술 해외유출로 적발된 것만 15건이나 돼요.  

  HBM은 : 여러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칩이에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비롯한 연산장치 바로 옆에서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달해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혀요. 하이닉스가 전 세계 HBM 생산 1위예요. 삼성전자가 뒤를 이어요. 이 두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90%나 돼요.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SNS는 틱톡이에요. 1억9천만명이 가입하고 있어요. 특히 10대 20대 젊은 층의 틱톡 선호는 광적 수준이에요. 일상생활은 물론 맛집과 여행지 등 미국 내 모든 곳을 촬영해서 올려요. 이 틱톡을 미국 민주와 공화당이 손잡고 퇴출하려고 해요. 하원 위원회는 틱톡을 전면 차단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어요. 틱톡을 165일 안에 팔지 않으면 미국에서 아예 쫓아내겠다고 했어요. 하원 전체 표결은 이번주에 하지만 역시 통과될 것이 확실해요. 이유는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적대국' 중국기업이라는 거예요. 법안 이름도 '적대국이 통제하는 앱에서 미국인을 보호하기'예요. 미국 사용자들의 정보가 중국 공산당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겠다고 했어요. 제조업과 공급망을 중심으로 깊어진 미중 갈등이 국경 없는 인터넷 서비스 분야로도 확장됐어요. 최근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 인터넷 기업 테무와 쉬인 같은 중국 상거래 앱도 언제든 금지할 수 있어요.

정말 한심합니다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죠. 이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일하는 여성의 환경을 평가하는 '유리천장 지수'를 조사했는데 한국이 OECD 선진국 29개 나라 가운데 29위였어요. 여성의 노동 참여율, 성별 소득격차, 남녀 육아휴직 현황, 그리고 고위직 여성 비율 등을 반영해요. 12년째 연속 꼴찌예요. 이런 바닥이 익숙해졌어요. 남녀 임금 격차는 OECD 평균의 2배나 되고, 고위직 여성 비율은 절반 수준이었어요. 이코노미스트도 "실망스럽다"라고 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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