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직권 없이는 남용도 없다.

무슨 말이야?

권력으로 사법부를 갖고 놀았다는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 왔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가 선고됐어요. 죄목이 47개나 됐는데, 법원은 '모두 죄가 아니다'라고 밝혔어요. 5년 전 온 나라를 들썩였고, 1심 재판에만 4년이 넘게 걸렸어요. 전직 대법원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있었어요. 법복에 가려진 고위 법관들의 적나라한 행태들이 발가벗겨지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사법농단은 없었다'라고 판결했어요.

사법농단?

가장 큰 의혹은 일제 강제동원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된 '재판 거래'예요. 박근혜 정부 시절 양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외교부가 원하는 대로 결론을 바꾸거나 재판을 끌었었다는 의혹을 받아요. 당시 3심 재판을 맡는 상고법원을 만들고 싶어 했던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을 빌미로 정부와 주고받기 거래를 했다는 거죠. 사법농단 의혹의 발단이 됐던 판사 블랙리스트도 있어요. 정부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목록을 만들어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심을 받았어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핵심 죄목은 '직권남용'이었어요. 하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어요. 

왜?

대법원장 같은 사법행정권자가 재판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거예요. 재판은 판사가 독립적으로 하니까 다른 사람이 개입할 수 없다, 그러니까 재판 개입 직권이 없는 사람에게 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거예요. 상고법원 추진에 박근혜 정부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다는 것도 증거가 없다고 했어요. '판사 블랙리스트'를 관리한 '의혹은 인사 불이익을 준 게 아니라 재량껏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했어요. 대법원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든 부분은 법에 위반되지만 '양 대법원장이 공모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결국은...

사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고위 법관 14명이 재판에 넘겨졌어요. 이 중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어요.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 대법원장에게도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했어요. 대법원장은 판사들의 인사권을 갖고 있어요. 비록 재판에 대한 '자기 의견'을 판사에게 전했다고 하더라도 판사들이 한 귀로 듣고 흘리기가 쉽지 않은 일이죠. 직접적인 직권이 아니라서 죄가 없다고 한다면 인사권자나 상급자의 어떤 재판 관여도 처벌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와요. 재판부가 전직 수뇌부를 재판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