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을 하겠다."

계속 말해봐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났어요.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90도 폴더 인사를 했고, 윤 대통령은 어깨를 툭 치며 악수하자고 했어요. 현장 점검을 마친 뒤 두 사람은 대통령 전용열차를 함께 타고 서울로 올라갔어요. 한 위원장은 "대통령에 대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어요. 이전 며칠간 벌어진 '윤석열 한동훈 충돌'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아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왔어요. 

충돌?

지난 일요일 저녁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만났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어요. 이 실장은 한 위원장이 마포을 지역구에 김경률 비대위원 공천을 공식화한다는 소문에 윤 대통령이 불쾌해한다는 말을 전했어요. 공정한 시스템 공천이 아니라는 거예요.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철회했다는 말을 하면서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말도 돌았어요. 그러나 공천 문제는 드러난 명분일 뿐, 실상은 검건희 여사가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과해야 하는 지를 놓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충돌한 것이라는 분석이 더 정확해 보어요. 

명품백 사과?

김 여사는 2022년 9월 재미 목사 최재영씨로부터 디올 백을 선물 받았어요. 최 목사는 손목시계 몰카로 이를 찍어 공개했었고요. 그런데 최근 한 위원장이 직접 영입한 김경률 비대위원이 "(김 여사가) 용서를 구해야 한다"라고 하더니 더 나아가 프랑스 혁명 때의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는 말도 했어요. 한 위원장도 명품백 사건은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어요. 함정 몰카가 이 사건의 본질이라는 대통령실이 발칵했어요. 언론들은 "김건희라는 역린을 건드렸다", "윤 대통령의 분신, 한동훈도 쫓겨나나"라며 들썩였어요. 

"개싸움"

한몸인 줄 알았던 두 사람이 간극을 벌이자 국민의힘 의원들도 나뉘었어요. "방점은 몰카에 있는데 무슨 사과냐"라는 의견도 있고요. "이젠 사과하고 한동훈 체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하지만 양측 모두 '이러다간 두달도 안 남은 총선은 폭망한다'는 두려움에 목소리 톤은 낮추고 있어요. "무슨 막장 드라마냐", "또 개싸움이냐"하는 반응도 있어요. 

마이웨이?

한 위원장은 '거절했다'는 말을 하면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있었음을 분명히 했어요. 자기 임기는 총선 끝날 때까지라고 했어요. "국민보고 나선 길, 할 일을 다하겠다"는 말도 했어요. 취임 한달째, 한 위원장은 그동안 전국 순회 세몰이로 빠르게 당을 '한동훈 체제'로 바꿨어요. 하지만 당 지지율은 끌어올리지 못했어요.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이 뛰던 운동장에 갇혀있다"는 평가도 받았어요. 결국 한 위원장은 '김건희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하면 총선 승리도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서천 시장에서 윤 대통령과 맞잡은 손이 한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닌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가능한지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