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으로 끝나고 특검법으로 시작합니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28일. 비장한 모습으로 여야 의원이 국회에 모였어요. 윤석열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안' 재투표에 들어갔어요. 의원 294명이 참여했어요.  찬성 179, 반대 111, 무효 4명이었어요. 3분의 2인 196명이 찬성을 던져야 법안은 통과될 수 있었어요. 채상병 특검법안은 17표 차로 부결됐고 이번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어요.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여야는 서로 상대방에서 이탈표가 나왔다고 주장했어요.

범야권 의원 수는 179명이었어요. 공교롭게도 찬성표 숫자와 똑같았어요. 국민의힘에서는 안철수, 김근태 의원 등 5명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고, 실제로도 찬성했다고 말했어요. 그럼 적어도 야권에서 5명이 당론과 달리 반대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나오죠. 찬성하겠다고 한 국민의힘 의원이 변심했을 수도 있고, 이번 총선에서 낙천 낙선된 민주당 의원이 반대했을 수도 있어요. 무기명 투표인 만큼 밝힐 방법은 없이 '설'들만 무성해요.

재투표 들어가기 전 양당은 치열한 말싸움을 벌였어요. 민주당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두려워하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의 목적은 대통령 탄핵"이라며 맞섰어요. 투표 결과에 민주당은 아쉬워했어요. 10표 정도의 이탈표를 내심 기대했었거든요. 반면 국민의힘은 단일대오였다며 안도했어요. 

국회 본회의장엔 붉은 해병대 셔츠를 입은 예비역 40여명이 들어와 의원들의 재투표 과정을 지켜봤어요. 부결됐다는 결과가 나오자 이들은 눈물을 쏟아냈어요. "너희가 보수냐?", 자신의 아들이 죽어도 이랬겠느냐"고 외쳤어요. 보수의 한 축이었던 예비역들의 국민의힘 비판은 매우 이례적으로 비쳤어요. 

범야권은 22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채상병 특검법안을 1호 법안으로 다시 발의하겠다고 했어요. 폐기된 법안은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해요. 법안 발의의 길목을 지키고 있는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도 관건이에요. 만약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이 된다면 6개월이 걸리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거칠 수도 있어요. 적어도 8개월이 걸릴 수 있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 바로 발의될 수 있고요. 22대 국회는 범야권이 192석이에요. 8석만 이탈하면 대통령 거부권의 장벽을 넘을 수 있어요.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에요. 21대 국회는 29일이 마지막 날이에요. 여야의 정치싸움의 뒷전에서 연금개혁도 물 건너가고, 1만6천건의 민생법안도 자동 폐기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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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해 '각각' 강조하였다." 4년 5개월 만에 만난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은 북한 비핵화 목표에 합의하지 못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냈어요. 역내 평화와 안정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 그리고 납치자 문제는 일본이 강조했다는 뜻이죠. 이날 북한이 예고한 군사정찰 위성에 대해서도 한일 정상은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했지만 중국 총리는 "관련 측 자제를 요구한다"며 두루뭉술하게 말했어요. 5년 전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란 문구를 넣은 것에서 후퇴한 것이죠. 최근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가 분명해 지면서 중국이 북한 감싸기가 더욱 노골적이 됐어요. 유엔에서 대북제재를 완화하라는 결의안을 내기도 하고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어요.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중국 총리가 '격'에 맞나 하는 말이 나왔어요. 시진핑 주석 체제에서 총리의 위상은 축소됐어요. 시 주석이 직접 나와야 한다는 거죠. 

 그래도 : 경제 통상 분야에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예요. 2019년 이후 중단된 한중일 FTA 협상을 다시 열기로 했어요. 내년과 내후년을 3국 문화교류의 해로 정하고 2030년까지 인적 교류를 4천만명까지 늘리자고 했어요. 과학기술 분야 협력과 기후변화 공동 대응도 합의했어요. 

2년 전 강릉에서 60대 할머니가 몰던 티볼리 승용차가 갑자기 속도를 내면서 앞차를 들이받고 지하통로로 떨어졌어요. 함께 타고 있던 손자 '도현'이는 숨졌고 할머니도 크게 다쳤어요. 당시 국과수는 '가속 페달을 밟은 운전자 과실'로 판단했어요. 사고가 난 도로에서 지난달 재연실험을 했어요.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이 담당했어요. 국과수 분석대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봤더니 시속 110km로 달리던 차는 최대 130km까지 올라갔어요. 사고가 날 당시 차량 속도는 116km 정도였었어요. 가속 페달을 밟으면 훨씬 속도가 높아진다는 결론이에요. 할머니가 가속 페달이 아닌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것이 운전자 측 주장이에요. 또 이 차에 장착된 긴급제동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고요. 

 "소비자가 직접" : 이번 실험은 도현이 가족이 자기 돈을 내고 했어요. 두 차례 실험에 5000만원 가량 들었다고 했어요. 현행법에 따르면 급발진 사고가 나면 소비자가 원인을 입증하도록 되어 있어요. 차량제조사와 책임을 따지는 소송이 나면 운전자는 절대 불리해요. 차량 결함 여부를 입증할 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에 묻도록 해야 한다는 일명 '도현이법'이 발의됐지만,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자동으로 폐기될 것으로 보여요.

이스라엘군이 26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한 난민촌을 공습했어요. 큰불이 나면서 여성과 어린이 등 적어도 45명이 숨지고, 250여명의 민간인이 다쳤어요. 유엔 국제사법재판소가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틀 만에 아랑곳 않고 공격을 감행했어요. 이 지역은 이스라엘에서 '안전지대'로 지정하고 피란민들의 대피를 권고했던 곳이에요. 수천명이 몰려있었어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비극적 실수"라며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했어요.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휘관을 겨냥한 공습이었다"며, "공습에 따른 화재가 민간인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했어요. 이스라엘군 탱크가 라파 중심부에도 진입했어요. 지상작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어요.

 국제사회의 '비판' : 유엔 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고, 유엔 인권대표는 "끔찍하다"고 했어요. 국제앰네스티는 라파공습을 전쟁범죄로 조사할 것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요구했어요.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서방국가들도 민간인 살상을 멈추라고 했고요. 미국은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며 두둔하면서도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며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였어요. 바이든은 이스라엘이 라파를 공격하면 무기 지원을 끊겠다고 했었어요. 백악관은 지금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은 것인지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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