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독살? 놀랍지도 않아.

무슨 말이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자 러시아 민주화의 상징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감옥에서 16일 갑자기 숨졌어요. 교정당국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즉시 의식을 잃었다. 의료진이 바로 심폐소생을 했지만 실패했다"라고 알렸어요. 그는 독극물 테러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났었는데, 결국 감옥에서 숨지고 말았어요

독극물?

나발니는 인권 변호사이자 반체제 인사예요. 블로그를 통해 끊임없이 푸틴 정권의 부패 비리를 고발했었어요. 푸틴이 흑해에 지은 '개인 궁전'도 밝혀냈어요. 푸틴에게는 그야말로 '눈엣가시'였어요. 지난 2020년 러시아 국내 비행기에서 독극물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어요. 독일로 후송돼 20일간 의식불명 상태였다가 극적으로 살아났어요. 냉전 시대 소련에서 사용했던 신경작용제 '노비초크'에 노출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배후에 푸틴 정권이 있다는 의심이 나왔었죠. 그는 많은 사람들이 말렸지만 러시아로 돌아갔어요. 입국 직후 바로 체포됐고 사기, 극단주의 활동 등의 혐의로 30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혔어요.

그런데?

지난해 12월 감옥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가 시베리아 북단의 유배지 같은 감옥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어요. 겨울철엔 해가 떠 있는 시간이 2시간에 불과한 곳이에요. 나발니는 "너무 춥다", "신문을 덮고 자야 한다"라는 말들을 측근을 통해 알렸어요. 지난달에는 끓는 물과 한국 컵라면 '도시락'을 여유롭게 먹고 싶다는 말도 했었어요. 지난 14일 죽기 마지막 밸런타인데이에는 아내와의 사진을 SNS에 올리며 "푸른 눈보라와 수천km 거리 때문에 떨어져 있지만 나는 당신을 매 순간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한다"고 썼었어요. 

그래서 피살?

러시아 교정당국은 '돌연사''라고 결론지었어요. 하지만 일주일 전만 해도 변호사와 건강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눴고, 죽기 하루 전에도 자신을 재판하는 판사에게 "당신이 나를 여기 가둬 돈이 떨어졌으니 돈을 좀 빌려달라"며 농담하는 영상이 있어요. 나발니가 옥중에서 사망하기 이틀 전 러시아 정보기관이 감옥을 방문해 일부 보안 카메라와 도청 장치 연결을 끊고 해체했다는 주장도 서방언론에서 나왔어요. 나달니 시신은 행방불명됐어요.

과거에도 

푸틴의 정적들은 수없이 총 맞아 죽고, 떨어져 죽고, 독극물 테러를 당해 죽었어요. 2006년에는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보안국 요원이 홍차를 마시고 죽었는데, 찻잔에서는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폴로늄이 발견됐어요. 그 유명한 '홍차 독살 사건'이죠. 같은 해 야권 지도자였던 플릿콥스카야는 집에서 총에 맞아 숨졌어요. 2022년 9월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적이던 석유 재벌 라빌 마가노프 회장이 병원에서 떨어져 죽었어요. 지난해엔 민간군사그룹 '바그너'를 이끌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나섰다가 푸틴에 반기를 들었던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으로 역시 사망했어요. 

"놀랍지도 않아"

바이든 대통령은 "그런 소식이 놀랍지도 않으며 격분하고 있다"면서 "푸틴과 그 깡패들 행동의 결과"라고 말했어요. 독일, 영국, EU, NATO 모두 푸틴이 연계된 독살을 의심하는 성명을 냈어요.  베를린 런던 파리 로마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등 유럽 전역에서 "푸틴은 살인자"라고 비난하는 집회가 열렸어요. 러시아는 "광기에 가까운 주장"이라고 반응했어요. 푸틴은 다음달 대통령  5선에 도전해요. 경쟁자들은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하죠. 이번에 승리하면 2030년까지 30년 장기 집권하게 돼요. 푸틴이 대권을 향해 한걸음 디딜 때마다 수많은 정적들이 '까닭 모르게' 사라지고 있어요.   

16일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축사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한 졸업생이 "R&D(연구 개발)예산을 복원하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경호원들이 졸업생의 입을 막고 팔과 다리를 들어 졸업식장  밖으로 끌고 나갔어요. 대통령실은 "대통령 행사에 소란을 피워 법과 규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어요.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에게 테러가 가해지기도 했으니, 대통령을 엄중하게 경호했다는 것은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해요.

지난달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하지만 그때는 진보당 의원이 그 행사에 맞지 않는 정치적 구호를 외쳤어요. 이번에는 연구 개발비 삭감을 항의하는 목소리였어요. 이공계 전문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이공계 졸업생이 이공계 예산을 늘려달라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요구라고 봐요. 졸업생이 녹색정의당 당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시각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이고 우리나라 국민인데 그게 뭐 문제가 되나요? 대통령도 축사에서 "과학강국으로 점프하기 위해 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었어요. 우리 대통령이 한 2~3분만 그 졸업생에게 자신의 주장을 말할 시간을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더 뜨거운 박수를 받지 않았을까요?  

오늘 업클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