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이번엔 잘 될까요?

무슨 말이야?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이나 늘리는 초강수의 칼을 빼들었어요.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당장 내년도 입시부터 5058명으로 늘리겠다는 거죠. 의대 정원이 늘어난 것은 27년 만이에요.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했어요. 2025학년도 의대 입학생은 2031년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되는데, 이때부터 2천명씩 의사를 더 배출해 2035년까지 1만명 인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이에요. 윤석열 대통령은 "의사 수가 절대 부족해 국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의대 증원은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어요.

어디에 얼마나?

아직 정확하게 정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늘어난 증원을 집중 배정한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현재 40% 이상인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60%로 늘릴 것이라고 했어요.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역에서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만 지역 내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제도예요. 현재 3058명의 의대 정원 가운데 2000명 정도가 비수도권 의대예요. 정부는 지난해 대학을 상대로 의대 증원 수요조사를 마쳤어요. 올 4월쯤 내년도 대학별 의대 정원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돼요. 

왜 이렇게?

의사 수의 절대 부족으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에요. 지방 병원들은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예요. 연봉 수억원을 내걸어도 온다는 의사가 없어요. 환자들은 새벽 KTX를 타고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다녀요. 응급실 의사가 부족해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이 구급차를 타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도 잇따르고 있어요. 이른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로 불리는 필수의료 분야를 지원하는 의사는 갈수록 줄고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쏠림은 심해지고 있어요. 정부는 지역과 필수의료 진료에 대한 수가를 더 높여준다는 '당근책'도 이미 내놓았어요. 

문제는?

의료계의 반발이에요.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인 정책만을 발표하고 있다"며 설 연휴 이후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어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1만명의 전공의들이 파업의 영향력을 좌우하는데, 전공의들 80% 이상이 파업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어요. 의료계는 단순히 의대 숫자만 늘린다고 의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요. 필수의료를 장려하기 위한 수가의 조정 등 전반적인 정책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했어요. 의대 정원 확대로 우수한 자연계 입시생들이 의대로 쏠리면 이공계는 더 몰락할 수 있다고도 했어요.

잘 될까?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에도 정부는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어요. 의료계의 큰 반발과 파업으로 백지화됐었죠. 특히 전공의들이 3주가량 자리를 비우면서 의료공백이 컸었어요. 정부는 이번에는 좀더 강경해요. "그때는 코로나 감염이 심각해 생명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서 타협했다"면서 "불법 집단행동에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어요. 여기엔 국민들의 90% 이상이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하고 있다는 든든한 뒷배를 믿고 있기도 해요.